[독서노트] 말 그릇(김윤나) - 1
- Etc
- 2022. 1. 2. 06:56
'말'이란 것은 기술이 아니라 매일매일 쌓아올려진 습관에 가깝기 때문이다. 살면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들이 뒤섞이고 숙성돼서 그 사람만의 독특하고 일관된 방식으로 나오는 게 바로 말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말 습관을 지니고 싶다면, 말 그 자체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나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그럴 듯하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말을 만들어내는 저 깊은 곳, 말의 근원지인 자신의 내면을 알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담는 그릇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크기에 따라서 말의 수준과 관계의 깊이가 달라진다.
나는 어떤 말을 하는 사람일까. 나는 생각없이 말하기에 급급한 사람인가, 나의 말은 생각을 거쳐 나오고 있을까. 내가 살아온 과정이 나의 말에 녹아든다는 사실이 당연하면서도 약간 충격적이다. 그리고 어제, 그제, 매일같이 내가 했던 말들이 주마등같이 떠오른다. 그렇다. 사람마다 말에서 느껴지는 느낌들은 저마다 다르다. 저마다 살아온 인생이 다르고 살아가고 있는 방식도 다르다. 사람마다 그릇이 다른 것처럼, 말을 담는 그릇도 제각기 다르다. 말을 담는 그릇을 키워서 흘러넘치지 않게 나의 말들을 잘 담아내고 싶다. 말 그릇의 크기를 키워서 나의 말의 수준과 관계의 깊이를 키워나가자.
당신의 말은 당신이 없는 순간에도 사람들의 마음 속을 떠다닌다.
그 한마디가 그의 인생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오래도록 흔적을 남긴다.
말을 통해 사람들은,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과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당신의 진심이 길가에 버려지지 않으려면 말이 당신을 잘 따라 오고 있는지, 어디서 멈추어 있거나 방황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야 한다.
말은 한 사람의 인격이자 됨됨이라고 한다. 말을 들으면 그 말이 탄생한 곳, 말이 살아온 역사, 말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말은 한 사람이 가꾸어 온 내면의 깊이를 드러내기 때문에 말 그릇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내면이 성장해야 한다.
말 그릇을 키우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최소한 나의 말이 다른 사람에게 깊은 상처가 되지 않게 조심하자. 내가 한 말은 내가 없는 순간에도 누군가의 마음 속을 떠다닌다. 어떤 경우는 나의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인생에 깊은 뿌리를 내릴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나의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큰 힘과 자극이 되어 인생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오래도록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결국 말을 잘하려면, 단순히 말하는 스킬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의 자존감을 잘 가꾸어나가야 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세상을 보는 관점을 길러야 한다. 결국에는 자기계발(독서와 경험)이다. 그리고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이 두가지가 같이 가지 않으면 좋은 말이 나올 수가 없다. 결국 말은 나의 진심이다. 나의 내면을 변화시켜야 좋은 말이 나올 수 있다.
그릇이 좁고 얕은 사람은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말을 쏟아내지만 그릇이 넓고 깊은 사람은 상황과 사람, 심지어 그 상황과 사람을 바라보는 자신의 입장까지 고려해서 말한다. 이것은 단순한 말 기술의 차이가 아니다. 살면서 만들어진 말 그릇의 차이 때문이다.
그릇이 좁은 사람, 말 그릇이 좁은 사람이 되지 않도록 살아가자. 나의 좁은 생각과 나의 좁은 행동들 하나하나가 나의 말그릇을 점점 작게 만들고 있었다. 생각을 항상 크게 하려고 생각하고, 쪼잔하게 구는 사람이 되지 말자고 항상 다짐하자.
이런 사람들은 말 때문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말과 사람을 분리해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아무리 날카로운 말로 자신의 마음을 쑤셔대도 그것 때문에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의심하지 않는다. '네가 나를 비난하거나 원망한다고 해서 내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지.', '너는 말로써 내 모습에 상처를 낼 수 없어.' 라고 생각한다.
이 문장을 보고 나에게 가장 필요한 생각을 발견한 것 같았다. 살다보면 이런 말 때문에 삶 자체가 흔들리는 순간들을 종종 맞기 때문이다. 가끔 날카로운 말을 맞아 스크래치를 입었더라도, 그 말에 흔들린다는 것은 진정한 나의 모습을 나 자신이 의심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결국 나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고, 나 스스로가 나를 믿어야 한다. 나 스스로가 나를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하고, 나 스스로가 그런 나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는 과정에서 나의 말 그릇도 점점 커지고, 그런 사람이 되면 나에게 날아오는 날카로운 말들도 줄어들 것이며, 설사 날아오는 칼날이 아무리 크고 강해도, 나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말과 진심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하지만, 궁극적으로 말은 수단이지 본질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타인의 분노에 휩쓸려 대항하지도 않고, 설령 말에 넘어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순간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안다. 상대방에게 쉽게 충고하지도 않는다. 감정을 폭발시키는 대신 말보다 더 중요한 것들, 그 말 속에 숨어 있는 상대방의 감정과 배경과 메시지들을 찾아낸다.
설령 말에 넘어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순간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안다. 이게 참 필요하다. 감정을 폭발시키는 대신 말보다 더 중요한 것들, 그 말 속에 숨어 있는 상대방의 감정과 배경과 메시지들을 찾아낸다. 맞다. 말은 수단이지 본질이 아니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그 사람의 상황과 상태를 보고 그 의미를 찾으면 된다.
한 번 들어온 말들은 쉽게 흘리지도 않는다. '이건 비밀인데 말이야.',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너만 알고 있어'와 같은 가벼운 약속은 하지 않는다. 말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제대로 알고 있다.
안타깝게도 진심이라는 말은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그 진정성이 사라진다.
무심코 사용하는 이런 말들. 정말 쉽게 흘리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말에 힘이 없으니 힘이 생길 때까지 생떼를 쓴다. 말이 격해지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일도 자주 생긴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의도로 시작된 대화라고 해도 실제로 마음에 와 닿는 말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이것을 '내가 말주변이 없어서',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몰라줘서'라고 생각한다. 말 그릇이 부족한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나도 저런 적이 있었다니... 말에 힘이 없으니 힘이 생길 때까지 생떼를 쓰는 것으로 보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소름돋는다. 나의 말에 힘이 있었다면 애초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말 그릇을 키우자.
정해진 대답 대신 오히려 내게 질문을 던졌다. 먼저 가본 길인데도 아는 척 하며 나서지 않고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말로 영향력을 끼치려고 하기 전에, 말 그릇 속에 사람을 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말에 관심을 기울이고, 나의 말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보겠다고 결심하면 그때부터 말 그릇은 조금씩 성장하게 마련이다.
말 그릇 속에 사람을 담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말을 할 때 상대방의 상황과 상대방이 말은 못하지만 그 느끼고 있는 어떤 심리, 갈망, 가려운 부분을 파악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편안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그런 말 그릇을 키우라는 의미 같다.
말은 살아 있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씨를 뿌려 열매를 맺기도 하고, 마음을 더 소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외롭게 만들기도 하고, 마음의 빗장을 열어젖히기도 한다. 말은 당신과 함께 자라고 당신의 아이들에게로 이어진다. 말은 내가 가진 그 어떤 것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단단한 말 그릇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전에는 말할 때 늘 주저하곤 했어요.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까봐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제법 편안하게 말할 수 있게 됐어요. 무엇보다도 제가 사용하는 말이 저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기뻐요. 말이 나다워지는 것을 느껴요."
말 그릇을 다듬은 사람은 관계의 깊이가 달라진다.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전보다 편안해지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하고 공감하는 역할도 기꺼이 해내게 된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꽤 괜찮은 사람으로 여기게 된다.
말 그릇을 향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어느 순간 단단한 자존감이 되어 자신에게 선물처럼 되돌아올 것이다.
말 그릇을 향한 노력을 멈추지 말자. 말 그릇을 키우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아진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 나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런 나의 모습으로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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