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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장 피바다 어떠냐?” 어제 친구가 단체 채팅방에서 물었습니다.

 

솔직히요?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저는 원래 부동산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시장이 조정되는 상황에서는 그 현금을 그대로 들고 있는 게 서두르게 결정하는 것보다 더 현명하게 느껴집니다. 부동산을 소유하기 위해 매달 대출금을 갚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할인된 가격에 떨어진 주식에 자금을 투입하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매달 납입 부담도 없고, 유동성도 확보돼 있고, 더 중요한 건 급하게 자산을 팔아야 할 일이 없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이번 조정이 부동산 쪽에서도 매력적인 매물을 던져줄 수도 있겠지요.

 

그러니까, 드디어 과거의 시장 폭락들에서 뭔가를 배운 기분입니다. 그리고 이번만큼은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을 따르는 한 사람이라는 게 뿌듯하게 느껴집니다. 다른 억만장자들이 이번 폭락 속에서 순자산이 줄어드는 걸 바라보는 동안, 버핏은 아마 체리 콜라를 마시며 미소 짓고 있지 않을까요?

 

그는 이번이 수년 내 최악의 하락장이라는 평가 속에서도, 2025년 한 해에만 약 130억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1조 달러짜리 대기업 버크셔 해서웨이를 운영하면서 실수 한 번이면 수십억이 날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 결코 가벼운 수치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그렇게 침착하게 수익을 낼 수 있었을까요? 사실 그는 지금 움직인 것이 아니라, 시장 낙관론이 최고조에 달했던 2024년에 이미 조용히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버핏은 자신의 고전적인 투자 원칙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이 원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뿐 아니라,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매우 명확합니다. 모두가 강세장을 환호하던 시기, 버크셔는 무려 1,340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금으로 뭘 했을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모펀드, 자사주 매입, 암호화폐, AI 붐 같은 유행에 뛰어들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돈은 단기 미국 국채, 즉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T-빌(Treasury bill)에 보관됐습니다.

 

지금 버크셔가 보유한 현금은 3,3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스타벅스, 포드, X(트위터), 뉴욕타임스, 타깃, 줌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큽니다. 이 중 절반은 2024년에 추가된 것이고, 이 자금의 85% 이상은 연 5% 수익이 나는 단기 국채에 투자돼 있습니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매년 140억 달러 이상의 이자를 받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왜 버핏은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그 이유 중 하나는 그는 철저히 밸류에이션 중심의 투자자라는 점입니다. 그는 유행이나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무언가가 비싸 보이면 기다릴 줄 압니다. 그가 말했듯이 “훌륭한 회사를 적정한 가격에 사는 것이, 평범한 회사를 싸게 사는 것보다 낫다”고 했습니다. 2024년 말, 그가 가장 좋아하는 지표인 ‘버핏 지표(Buffett Indicator)’는 GDP 대비 시장 시가총액 비율이 200%를 넘어섰고, 그는 과거 이를 ‘불장난’에 비유한 바 있습니다.

 

이 지표만이 아닙니다. S&P 500의 주가순자산비율(P/B ratio) 역시 역사적으로 과대평가되었던 닷컴버블 시기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가능한 한 많은 주식을 현금화했고, 다른 투자자들이 불 속에서 춤출 때, 그는 물을 들고 조용히 걸어 나왔습니다.

 

여기에 더해지는 건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과 관세 부과 가능성이 다시 떠오르자, 버핏은 또 다른 경제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그는 관세를 ‘경제 전쟁의 한 형태’라고 표현한 적도 있습니다. 세상이 불확실할 때, 그의 제1 원칙은 단순합니다. “돈을 잃지 마라.”

 

또한 그는 현재 94세이고, 버크셔의 후계자인 그렉 아벨에게 바통을 넘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엄청난 현금은 단순한 방어 수단이 아니라, 후계자에게 넘길 전략 자산입니다. 최근 몇 년간 워낙 자산들이 비싸다 보니, 버크셔가 인수할 만한 매력적인 대형 기업을 찾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이번이 처음도 아닙니다. 전형적인 버핏식 대응입니다. 1999년 닷컴 광풍이 한창일 때도 버핏은 시장에 참여하지 않았고, 버크셔는 ‘구식’으로 보였지만, 결국 버블이 꺼지자 그는 건재했고, 싼 가격에 우량 자산을 매입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골드만삭스와 GE에 투자하여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2020년 코로나 쇼크 때도 그는 신중했습니다. 자금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러한 절제력, 찰리 멍거의 명확한 철학, 그리고 장기적인 버크셔의 전략은 1965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20%의 복리 수익률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같은 기간 S&P 500은 연평균 약 10%에 그쳤습니다. 예를 들어 1965년에 버핏에게 100원을 투자했다면 지금은 4600만 원이 되었겠지만, S&P 500에 넣었다면 2만7000원 정도입니다. 그리고 지금. 시장은 혼란스럽지만, 버핏은 잠을 잘 자고 있을 겁니다. 주가가 더 떨어지면 그는 살 준비가 되어 있고, 떨어지지 않아도 수십억 달러의 이자를 받으며 만족하고 있을 테니까요.

 

이것이 현금의 힘입니다. 여러분을 보호할 뿐 아니라, 기다릴 자유, 행동할 여유, 시장의 소음을 무시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버핏은 더 많은 정보, 더 많은 자산, 더 강력한 팀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라 ‘인내심’입니다. 적정 가격을 기다리고, 다른 모두가 두려워할 때도 자신의 원칙을 지키는 능력입니다.

 

결론은 단순합니다. 여러분이 꼭 억만장자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약간의 절제, 가치에 대한 감각, 그리고 시장이 무너질 때 쓸 수 있는 약간의 여유자금만 있으면 됩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버핏은 탐욕을 부립니다. 지금 시장에 공포가 퍼지고 있는 만큼, 그는 다시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그는 최근 일본 기업들에서 기회를 보고 투자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그런 상황이라면, 스스로를 칭찬해도 좋습니다. 그리고 포트폴리오 구축, 힘내시기 바랍니다.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면, 지금이야말로 버핏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말을 떠올릴 때입니다. “100원이 될 수도 있는 무언가를 150원에 사는 것보다는, 100원짜리를 80원에 사는 게 낫습니다.” 그건 주식에도, 부동산에도, 동네 시장의 망고에도 적용됩니다.

 

그리고 현금은, 시장에 공포가 닥칠 때 담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줍니다. 그게 바로 버핏이 움직이는 시기이고, 아마 여러분도 준비해야 할 시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럼 이제 여러분은 어떤가요? 이번 하락장에서 무엇을 느끼셨나요? 버핏에게서 어떤 교훈을 얻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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