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거품과 금융시장의 놀라운 점. 랜덤워크 투자수업. 버턴 말킬
- Etc
- 2021. 4. 6. 22:15
버턴 말킬의 '랜덤워크 투자수업' 2장의 제목은 '집단 광기'입니다. 이 장에서 버턴 말킬은 튤립거품과 남해거품사건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3장에서는 '1960~1990년대의 투기 거품', 4장에서는 '2000년대 초 거대한 거품'이라는 제목으로 역사적으로 발생했다가 결국 사라졌던 거품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튤립 구근 열풍(튤립거품)' 부분을 일부 발췌하여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특히 글 중간에 '금융 시장의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으로 시작하는 문장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는데, 약간 소름돋는 말입니다...ㅎㅎ
미친 듯이 날뛰는 탐욕은 역사상 모든 경제 활황기의 특징이다. 그 광기 속에서 시장 참가자들은 공중누각을 지음으로써 성공할 수 있다는 의심스러우면서도 짜릿한 생각으로 견고한 가치 토대를 외면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국가 전체를 뒤덮었다.
네덜란드의 튤립 구근, 영국의 '남해거품'의 사례는 오늘날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그것은 변덕스러운 군중심리를 예측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위험천만한 게임이라는 사실이다. 1985년 프랑스 사상가 귀스타브 르봉은 군중심리를 주제로 한 글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군중 속에서 쌓여가는 것은 본연의 지혜가 아니라 어리석음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오로지 군중심리를 근간으로 치솟는 시장은 결국 금융 세상의 중력법칙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비현실적인 가격이 수년 동안 이어지지만 결국에는 폭락하고 만다. 이러한 일은 갑작스러운 지각 변동처럼 일어난다. 그리고 탐욕이 크면 클수록 충격도 심하다. 공중에 성을 쌓는 무모한 건축가들 중 폭락을 미리 예측하고 허물어지는 순간 탈출할 만큼 민첩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 이후 십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튤립은 네덜란드 사회에 널리 퍼졌다. 그러나 가격은 대단히 비쌌다. 그런 와중에 튤립이 모자이크라는 이름의 치명적이지 않은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는데, 바로 그 감염된 튤립이 투기를 촉발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튤립은 꽃잎에 뚜렷한 띠무늬 혹은 '화염'의 형태를 보였다. 네덜란드인들은 이렇게 감염된 특이한 구근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대중의 취향이 보다 극단적으로 발전하면서 희귀한 구근의 가격은 더욱 치솟았다.
그렇게 튤립 열풍이 시작되었다. 구근 상인들은 내년에 인기 있을 튤립의 색상과 무늬를 예측하고자 했다 ..... 다음으로 상인은 가격상승을 기대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튤립 재고를 사들였다. 그러자 구근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구근 가격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튤립 구근을 현명한 투자 대상으로 인정했다. ........ 이들 모두 튤립 열풍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속될 것으로 확신했다.
가격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을 거라고 말했던 이들은 안타깝게도 친구와 친지가 엄청난 돈을 버는 것을 넋 놓고 지켜봐야 했다. 그 유혹을 거부하기란 대단히 힘든 일이었다. 대략적으로 1634년에서 1637년 초까지 이어진 튤립 열풍의 마지막 해에는 구근을 구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땅이나 보석, 가구를 내다팔았다. 덕분에 구근 가격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치솟았다.
금융 시장의 한 가지 놀라운 점은 투기 기회를 드러내는 자산에 대한 실질적인 수요가 형성될 때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를 충족시켜준다는 것이다. 당시 튤립 투기꾼을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도록 재촉했던 것은 '콜옵션'이라는 것이었다. 이는 오늘날 주식시장에서 사용하는 개념과 유사하다.
콜옵션을 산 투기꾼들은 특정 기간에 고정된 가격(일반적으로 대략 시장가격)으로 튤립 구근을 살 수 있었다(즉, 인도를 요구할 수 있었다). 대신 옵션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했는데 이는 당시 시장 가격의 15~20퍼센트에 달했다. ..... (콜옵션 행사를 통해) 결론적으로 네 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 것이다. 이처럼 투자자는 콜옵션을 통해 위험을 증가시켜 잠재적인 보상을 높일 수 있었다. 덕분에 더 많은 이들이 투자 시장에 참여할 수 있었고 이는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 모든 투기 열풍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당시에도 일부 조심스러운 사람들은 가격이 너무 높이 치솟았기 때문에 구근을 팔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다른 이들도 그 결정을 따랐다. 마치 눈덩이가 언덕 아래로 굴러가는 것처럼 구근 가격 하락은 점점 가속화했고, 이윽고 공포가 사회 전체를 뒤덮었다. 정부 각료가 공식적으로 튤립 구근 가격이 떨어질 이유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이 말을 곧이들은 사람은 없었다. 상인들은 파산하여 튤립 구근의 콜옵션에 대한 이행을 거부했다. 결국 정부는 액면 가치의 10퍼센트로 계약을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구근 가격이 10퍼센트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가격은 이후로 계속해서 떨어졌고 결국 구근은 양파보다 못한 가격으로 떨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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